깨끗한 존경 | 이슬아 인터뷰집 2019
이슬아 지음 | 헤엄출판사 펴냄
2019 < 일간 이슬아> 에 수록되었던 인터뷰 원고를 모아 2019년에 펴낸 책이다. 정혜윤, 김한민, 유진목, 김원영 작가를 인터뷰한 내용이 담겨있다.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세수한 것처럼 희어지는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한 존경, 그 존경의 대상들이 들려준 이야기의 일부를 충실하게 담아냈다.
내가 얼마나 내 안에 갇혀 있는지 알아차릴 때마다 떠오르는 목소리들이 있었다.
문장으로 된 목소리였다.
아무 소리 나지 않아도 선명하게 들려왔다.
더 가까이에서 보고 듣고 싶었다.
그 마음과 그 얼굴로부터 배우고 싶었다.
내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맞은편에 앉아보았다.
이것은 그렇게 마주본 네 사람에 관한 책이다.
네 사람이 유심히 바라본 존재들을 향하는 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나의 감탄과 부끄러움을 숨길 수 없는 책이다.
1. 1992년생 이슬아 작가는 <일간 이슬아> 라는 연재 시스템을 만들어 매일 글짓기를 하는 성실한 작가이다. 소정의 금액을 받고 정기 구독자를 모집, 매일 쓴 글을 구독자들의 메일에 발송하는 형식으로 유지해온 것이 지금에 이르렀고, 매일 그 인기가 날로 높아져가고 있는 듯하다.
2. 개인적으로 수필을 좋아하기도 하고, 나와 나이대도 비슷해서 그런지 이슬아 작가의 수필집을 여러 권 읽게 되었다. 마치 글 잘쓰는 친구의 싸이월드를 구경하는 느낌..? 😏 이슬아 작가의 편안한 문장, 현실과 밀접하게 붙어있는 소재, 안정적인 글 구성과 같은 요소들이 작가님의 글을 계속 찾아 읽게 하는 매력이다. ✨
3. 첫 번째 인터뷰, 정혜윤 작가님은 <아무튼, 메모> 라는 책의 저자로 먼저 만났었다. <아무튼> 시리즈를 좋아해서 요즘 계속 읽어나가고 있는데, 너무 재밌다. 아무튼! 그 책을 읽으면서는 작가님을 '연약하지만, 단단해지려 노력하는 말랑말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인터뷰 속 작가님은 이미 너무 단단한 사람이라 놀랐다. 아마 본인의 단단함을 계속 깨부수고 나아가는 작업을 거듭하고 계시기 때문에 자전적인 글 속에서 본인을 연약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쓰셨기 때문이겠지.
정혜윤 작가님의 견고면서 동시에 넓고 깊은 신념에 너무 놀라서 인터뷰 내용을 읽는 내내 나 또한 작가님을 향한 깨끗한 존경심이 마구 솟았다.
3-1. 공감에 대해, 정혜윤 작가님의 말.
"내가 진짜 힘든 건 내가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정말 그를 이해하고 싶어도, 내가 그 사람은 아니잖아요. 수많은 사람들이 나 때문에도 외로울 수 있어요. 유족들과 공감하고 헤어져봤자 우리의 저녁은 다를 거예요. 그게 그 사람에겐 슬픔이 돼요."
작가님은 세월호,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 여러 재난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에 관심과 노력이 확장되어왔다. 작가님은 정말 최선을 다해서 공감하고자 하지만 온전히 공감해내지 못하는 한계에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하며 내가 어느 순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사건들에 대해 다시 떠올렸다. 사실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건, 정신적으로 지치기 쉬운 일이다. 나마저 같은 슬픔에 빠져버리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사람들이 슬프고 외로운 날에 기억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나보다 슬픈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하자는 게 아니에요. 누군가가 나봐 더 슬픈데, 그가 엄청난 용기를 내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는 것이지요. 용기를 말하는 거예요. 저 스스로한테 얘기해요. 저 사람들이 내는 용기를 봐라. 저 사람들이 내는 저 큰마음, 저 멀리 가는 마음을 봐라. 그러고서 생각해요. 저기로 가이 가자고. 저 방향이라고."
4. 두 번째 인터뷰, 김한민 작가님의 인터뷰에도 이어지는 "공감"에 대한 이야기.
"저는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말 안 좋아해요. 너무 쉽거든요. 기억이라는 건, 안 하고 싶은 사람도 기억한단 말이에요. ...(중략)... 저는 그래서 '기억하겠다'라는 뭉뚱그린 말 정말 싫어해요. ...(중략)... 달라진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공감하고 있다고들말하지만 무게가 너무 얕다는 느낌이에요. 그건 죽음에 대해 무례한 짓이거든요. 기리고 기억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을 해야하잖아요."
5. 온전한 공감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의 고통은 나의 것, 다른 이의 고통은 온전히 다른이의 것이겠지만 온전히 공감해내고자 노력하고, 또 실패하면서 우리는 서로의 고통에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세상이 각자의 아픔을 치유해나가고, 덜 아픈 세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 생각해본다.
정혜윤, 김한민, 유진목, 김원영 네 사람의 이야기를 이슬아 작가의 존경어린 시선으로 써내려간 <깨끗한 존경>
인터뷰 형식의 책은 흐름이 구어체와 닮아 자연스럽기 때문에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1. 독서 기간 : 총 2일 (1일 2시간 정도)
2. 독서 장소 : 이동하는 대중교통 안, 잠들기 전 침대 속에서
3. 추천 포인트
- 정성과 진심이 담긴 질문과 대답, 좋은 인터뷰의 예
- 나의 우물 속에 갇혀있다고 생각할 때, 타인의 시선을 빌려 삶의 시선을 확장하는 기분
내 안에 갇혀 있다고 생각이 들 때, 나 아닌 존재에게 주어를 붙여 시선을 확장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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